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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5회] 동네 친구 만들기
    정휘아 / 2014-07-22 04:36:07
  • 선거알바 급여가 들어오자마자 밀린 휴대전화요금과 각종 세금들을 내고 너무 망가져서 쓸 수 없게 된 휴대전화를 바꿨다. 아이폰3GS로 바꿨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어떤 어플을 깔아볼까 하다가 연금술사 땡땡이 치는 날에 뭘 하고 놀지 궁리하던 찰나에 데이트 주선 어플이 눈에 들어왔다. 동네 친구라도 있으면 좋겠다싶어 깔아봤는데 별의 별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데이팅 어플이 이상하진 않았다.

     

    어디사세요? 어, 가깝네요?

     

    나의 접속지역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4동이었다. 주변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있었고 동네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심심하면 같은 또래에 있는 애들을 하나씩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았다. 공감대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편의점 커피를 먹고 헤어지기 일쑤였다. 그건 그대로 양반이었고 사실 그들은 동네 친구를 원한 게 아니라 동네 섹스파트너를 원했나보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럴 목적이라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들은 늘 지저분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내 스타일도 아니었다.

     

                                                ▲아니 진짜 세상에 이렇게나 나랑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많았던가
                                                        (출처: http://thd17.tistory.com/archive/20131231)

     

    그러다가 말이 꽤나 잘 통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보다 나이가 8살이나 많았다. 처음엔 경계를 하긴 했지만 일부러 동네 큰 길가에 있는 곳에서 만나자고 하고 일요일 늦은 오후에 만났다. 난 그 때 까지만 해도 별다른 흑심이 없고 정말 심심해서 사람이나 만나자 였는데 저기 멀리서 걸어오는 폼을 보니까 더운 여름날에 지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밥을 먹었냐는 말에 나는 당연히 공복이라고 했다. 나도 밥값을 같이 내야하니까 부담스럽기도 해서 동네에서 비교적 싼 삼겹살집에 가서 와구와구 열심히 먹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참을 웅얼웅얼 거리다가 맥주 한 잔 딱 들어가니까 그제서야 긴장이 좀 풀리기 시작했다. 밥도 먹을 만큼 다 먹고 차나 한 잔 마시자고 제안했고 나도 돈을 내려고 하니까 밥은 자기가 산다고 했다.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아주 다행인건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서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카페에서 조곤조곤 이야기 하면서 서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사실은 내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헤어지려는데 갑자기 일본에서 가져온 병아리 모양 만주와 러쉬 비누를 선물하면서 이거 먹고 이거 써요 라고 하는거였다. 더군다나 병아리 만주는 친구에게 선물 받은 거라고 했는데 선뜻 나에게 줬다. 그건 받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고 거절했는데 안 가져가면 안 된다고 하면서 끝내 내 손에 쥐어줬다.

     

    실패한 시간들에 대한 스트레스

     

    데이트 어플은 내가 심심해서 폰에 설치를 했지만 그 이전에 오랫동안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던 애를 만났는데 그 끝이 너무나 허무했다. 서로 안 본 시간이 이렇게나 길었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내 지난 시간은 실패한 일상의 연속은 아니었나 하면서 많이 자책했다. 그렇게 자책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도망갈 생각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면 어떨까하는 마음도 컸다. 그 땐 혼자 있을 때 심심해져 있는 걸 못 견뎌 했다. 항상 어딜 가야만 했고 뭘 해야만 하는데 이도저도 아닐 땐 그야말로 미쳐버리기 일쑤였다. 오죽했으면 선거알바를 함께 했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야밤에 광주로 가는 버스에 몸을 맡기기까지.

     

    게다가 완전히 몰입했던 연애도 반년 전에 끝난 상태였고 난 정신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종종 만나면 잘해주는 이가 있긴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기만 했다. 이런 와중에 연금술사도 재미없어지고 짜증만 났다. 어느 것 하나 내 마음 같지 않았다. SNS을 하고 있으면 내 친구들은 연애만 잘 하는데 나는 씨팔 이게 뭔가 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욕만 하기 일쑤였다. 이러다보니 생활은 망가졌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마약을 한 건 아니니까 따지고 보면 난 좀 건전하게 망가진 것 뿐 이었다. 이럴 땐 마약이라도 좀 하고 난교라도 해야 망가졌다고 할 수 있는데 난 그런 것마저도 돈 앞에서 무너졌으니까 이것도 실패다 싶었다.

     

    갑자기 내가 몰입했던 그 사람이 떠올랐다. 술을 먹는 날이었으면 찌질하게 그 사람의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야 넌 행복하냐!” 하면서 모니터를 팍 치며 울기도 했다.

     

                                     ▲이렇게 울어봐야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어요. 알겠어요? (출처: http://oreum.com/231)

     

    정말 찌질이 그 자체였다. 새벽에 문자를 보내질 않나.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우습기만한데 왜 그 땐 그렇게까지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하는 소리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제발 나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거 해서 좋을 거 하나 없고 그 시간에 차라리 어떻게 하면 문란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인생에서 훨씬 남는다고 조언해주고 싶다.

     

    내가 실패한 연애. 지나간 시간들을 차분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냥 정말 제3자라고 생각하고 날 보는 거였다. 난 늘 상대방에게 사랑을 갈구했고 관계에서 많이 기대기만 했지 실제로 상대방이 쉴 틈을 안 줬다. 내 감정만 소중하고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도 잘못한 게 있지만 그래도 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서로 그랬다. 틈이라는 게 좀처럼 없었다. 완전하게 실패한 연애 뒤로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도 어렵긴 했다. 다행스러운 건 그걸 이해하는 연금술사에서도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다. “우린 왜 헤어졌을까.”가 중요했던 것도 아니다. 싫어졌으니까, 결국엔 싫으니까 헤어진건대 뭘 거기에 대해 자책하기만 할까 하면서 툭 털어버렸다. 게다가 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자꾸 이런식으로 생각해봐야 나에게 남는 게 없었다. 진짜 오늘까지만 지지리 궁상을 떨자! 라고 다짐했다.

     

    기분이 좋다 이거야!

     

    그렇게 만난 동네 사람과는 종종 연락하고 자주 만났다. 매일, 아니면 이틀에 한 번 꼴로 만났는데 그 어플로 다른 채팅방에 들어가서 근처 동네 사람들과도 함께 만나면서 놀기 바빴다. 당연히 이러니까 연금술사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난 그저 미친 사람마냥 노는 게 좋았다. 그 사람과는 연애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해버렸다. 내가 또 찌질한 짓을 할까봐 두렵기만 했다. 거리를 둔다고 했는데 그건 또 쉽진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둘이 심하게 다툰적이 있었다. 사과할테니 집앞으로 잠깐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갔는데 뭔 짐이 잔뜩 있었다. 그래서 이게 뭐냐고 하니까 이거 받으라고 했는데 내가 지나가는 말로 시장에서 “난 빨간 사과가 싫어요. 저렇게 푸르딩딩한 사과가 좋습니다.” 라는 말을 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이 사과 받아달라고 하면서 파란 사과 여섯개를 주고, 자신이 직접 찍고 전시했던 사진 한 점의 액자를 가지고 왔다. 내가 받아본 사과 중에 참 귀엽다고 생각한 사과였는데 애증의 관계였던 친구가 아침 댓바람에 엄마차를 훔쳐서 집앞에 와서 일단 타고 이야기 하자라고 한 것 뒤로 가장 충격적이었다. 마음이 풀렸다. “나도 미안해요. 앞으로 싸우지 맙시다.” 라고 했는데 그 순간 내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난 얼마나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고 살았을까.

     

    내가 살던 동네 언덕길 위엔 조그마한 놀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거길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갔다. 그리고 자기가 그 이야기를 왜 했는지와 여태껏 한 번도 이야기 하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는 걸 보고 마음이 조금 열렸다. 다 열린 건 아니었다. 그 순간에도 난 실패한 연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싫은 것도 아니어서 이야기를 오랫동안 쭉 이어나갔다. 자정이 지났고 그는 신입사원 신세라 집에 가고 나도 내일은 꼭 연금술사에 가야겠다고 하면서 각자 헤어졌다.

     

    간만에 기분이 좋았다. 이제 뭐라도 새로 시작하는건가 하는 약간의 기대감 때문에 잠은 도통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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