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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2회]반야 아빠가 만든 훈제케첩!
    정상오 / 2014-09-25 05:42:37
  • 이번 여름은 덥지 않게 무난히 지나갔다.

    벌써 3번째 텃밭 농사. 수확량도 늘었다. 올 해 주목할 만한 작물은 고구마와 토마토다.

    감자 농사를 저조하게 했던 것과는 다르다. 주먹 만 한 먹음직스런 고구마들이다. ‘줄줄이 달려 나온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이 가는 농사다. 토마토는 공을 들인 적도 없는데 잘 되었다. 옆 집 누나가 이야기하기를 “반야아빠 올해 농사가 잘 되었어”

    “그러게요 아궁이에 불 넣고 남은 재를 넣어서 그런 것 같아요. 올해는 괜찮네요”

    냉장고를 열어보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토마토다. 매일 먹어서 요즘은 인기가 없다.

     

    반야네 유치원에서 얻어온 자두로 잼을 만들었다.

    어머니가 주신 모과로는 모과 잼을 만들었다.

    아내는 내가 만든 잼이 맛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모과 잼이 더 좋은데, 아내는 자두 잼이 더 맛있게 되었다고 한다.

    회심의 작품이라고 할까? 이번 늦여름에는 토마토케첩에도 도전했다.

    텃밭에서 한 가득 수확한 토마토를 다듬고 커다란 솥에 앉혔다.

    불을 뭉근하게 올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조려야 한다. 불 옆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볼일은 다보면서 조리는데, 그만 시간 관리를 잘 못해서 타버렸다. 연기가 오르고 냄새가 나는 것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다행히 밑만 조금 타고 위에는 적절하게 졸았다.

    아내는 탄 냄새가 나서 별로라고 한다. 내가 들인 공에 비해, 토마토케첩의 평가는 평균 이하다. 아쉽다. 하지만 난 좋다. 손님들이 오면 케첩을 꺼낸다.

    “내가 만든 케첩이야, 맛있어, 훈제 케첩이라고 들어봤어?”

    지인들도 맛있다고 한다. 빵에 발라서 먹어도 좋고, 스파게티에 넣어도 좋다. 내년에는 태우지 않고 시간 관리를 잘해야겠다.

     

    ▲영국의 브르더 호프 공동체에서 두 분이 마을을 방문했다. 금요일 저녁에 마을사람들도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진솔한 사랑이 무엇인지, 이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한번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브르더 호프에 우리 가족 모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반야아빠 표 음식은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잼도 케첩도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관심도 있어야 한다. 만드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맛좋은 품질이 만들어 질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내 생각에 난 자격이 있다. 재미있어하고 솜씨도 제법이다. 무슨 일이든 재미있고 유익해야 한다. 그래야 허무하지 않다. 발전도 할 수 있다. 이번 여름에 잼과 케첩을 조리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유효기간이 필요한 음식은 보관이 가능한 상태로 조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마트에 가면 제철 음식이 아니어도 필요한 때 먹을 만큼 구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과일과 채소같이 상하기 쉬운 먹거리를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서는 소금에 절이거나, 소금과 설탕을 넣고 불에 뭉근하게 조렸던 것이다.

    케첩도 잼도 소금과 설탕을 넣어야한다.

    우리 집에서는 한 가지를 더 넣는다. 마당에서 수확한 반야네 바질이다. 바질을 보관하는 방법도 쉽다. 말려서 보관하거나, 냉장고에 넣어 얼린 것을 으깨어 넣는 것이다.

    확실한건 텃밭에서 나온 특별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반야아빠 표 음식이 탄생하는 것이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같을 수가 없다.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냉동식품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반야아빠 표 음식은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덤으로 한 가지 더 있다. 조리법을 궁금해 하는 이웃들에게 래시피를 설명해준다. 아내도 이런 내 모습을 은근히 자랑한다. 우리 집만의 음식이 나오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말한다.

    “음~ 반야 아빠 맛있어 어떻게 하는 거야?”

    난 이 소리를 들을 때 솔직히 기분이 좋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세상 어떤 음식이 같을 수가 있는가?

    책에서 보고, 듣고 읽는 것과는 다르다. 살면서 경험하는 것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반야도 엄마 아빠를 따라서 가지, 고구마, 토마토를 수확한다.

    일주일 지나 조금 더 추워지면 땅콩도 캐야한다.

    텃밭을 일구면 계절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가 올 때, 날씨가 쌀쌀해질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준비하고 살피는 내가 신기하다. 텃밭농사가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전에는 그냥 보고 지나치던 흙이다.

    시골의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이 농사를 지을 때 하나의 풍경이었다. 그 속에 어떤 생각과 의미들이 있었는지 관심도 없었지만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르신들의 일 거수 일 투족을 눈여겨보게 된다.

    “어 지금 땅콩을 캐시네, 난 일주일 늦게 심었으니까 일주일 있다 수확 해야지”

    “어 가지를 저렇게 보관하는 것이었군! 나도 가지를 여러 쪽 내어 빨래 줄에 널어놓아야지”

    요즘 우리 집 밥상에는 반야네표 농산물이 50%를 넘을 때가 많다.

     

                                              ▲우리 마을 연꽃이 환하게 피는 계절이다. 작은 연꽃부터 큰 연꽃까지  다양하다.
                                           우리들 삶도 크기도 모양도 다르지만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연꽃을 보면서
     

    사계절이 있어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

     

    2주전에는 배추 모종을 사와서 심었다.

    무는 씨앗을 심었는데 아무래도 시기를 놓친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부지런히 물을 주고 있다.

     

    텃밭 작물처럼 반야도 동네 아이들도 야무지게 잘 자라고 있다. 텃밭은 한 해 농사같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올해 농사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연구도 한다. 내 년에 쓸 퇴비도 준비한다. 바질, 깻잎, 아욱, 부추 같이 씨가 달리는 종자는 씨를 채종해 두었다가 다음해 심게 된다.

    아이를 기르는 일도 비슷하다. 아이와 나눈 대화, 눈빛, 몸짓 하나 하나가 모두 의미와 이유가 있다. 그냥 스쳐가는 몸짓은 없다. 그러니 씨를 채종하듯 우리 가족은 서로의 마음을 더 자세히 알아가고 있다. 아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많아서 가능하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텃밭 농사 이야기, 꽃 이야기, 닭 이야기. 이처럼 우리 가족이 함께 나눌 대화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대화가 많아 질 수밖에 없다. 사계절이 있어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

     

    우리 동네 아이들이 전국 다례대회에 출전 했다. 안성 백성초등학교 학생들을 따라 유치부, 초등부로 함께 출전했다. 깍두기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대회 참가 일주일 전부터 시작한 다례 연습이기에 기대하는 바는 없었다. 전국에서 올라온 참가자들과 나란하게 서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으로 만족을 했다.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매일 모여 연습을 했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한 가지는 작년도 초등부 대상 수상자인 다연이가 아이들을 지도한 것이다. 출전 하루 전날에는 거의 하루 종일 연습을 했다.

    반야는 싫은 기색 없이 열심히 연습을 했다.

    대회 전날 아내가 나에게 “반야가 상 탈 것 같아”

    “난 아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 기대하지 말자”

    동네 행사가 되어버린 다례대회 날. 이변이 일어났다.

    글쎄 반야가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동네 카톡이 난리가 났다.

    동네 아이들 모두 우수상을 받고, 반야는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작년도 대상자인 다연이는 다시 한 번 초등부 대상을 받아온 것이다.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그날 저녁 반야네 집에는 오픈파티가 열렸다.

    동네 아이들의 선전을 모두가 축하하는 자리였다.

    일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 아빠에게 반야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이야기 했다.

    “아빠 나 상 받았어.”

    “우와 반야 축하해. 반야가 열심히 했구나. 아빠도 좋다”

    “아빠 다연이 언니도 상 받았어”

    “응 언니도 받았구나”

    “응”

    “아빠는 반야가 열심히 연습하고 상을 받아서 더 기쁘다.”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아이도 웃고,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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