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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회] 잘 되는 일 하나 없네!
    정휘아 / 2014-11-04 09:58:57
  • 새로 시작이 될 듯한 예감이 나쁘진 않았지만 내가 자주 연금술사를 빼먹다보니 오히려 하자센터라는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질감 때문에 더더욱 나가긴 싫었지만 그래도 친구들이랑 이야기 하면서 노는 게 참 재밌어서 나가는 정도였다. 당시에 나는 선거알바 기간 내내 쪽글을 썼고 그걸 잘 정리해야 할 일을 했어야 했는데 안 했다.

     

    되는 일 하나 없는 여름날

     

    내가 썼던 글을 다시 보는 건 곤욕스러웠다. 남의 글은 잘만 봤는데 이상하게 내가 써놓은 것만 보면 충격과 공포였다. 쓸 당시에는 바쁜 와중에 이 정도 쓰는 게 어디냐라고 하면서 정신승리라도 했는데 이제는 빼도박도 못 할 상황이 오니까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리고 9만원 남짓 되는 돈들은 밀린 것들을 해결하고 나니 실제로 내 수중에 남는 건 별로 없었고 다시 가난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절망감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누군가를 만나서 노는 것도 돈이 없으니까 폼도 안 나고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차라리 연금술사를 그만두고 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애가 시작될 줄 알았지만 끝내 시작되진 못했다. 동네 주민과는 둘 다 어정쩡한 관계로 남게 됐다. 심하게 다투고 그 사람이 먼저 사과를 해서 좋게 끝났지만 이미 마음에서 거리가 생겼고 무엇보다도 서로에겐 어떠한 ‘여유’조차 없었던 상황이었으니까. 이걸 알아차리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꽤 걸렸다. 연애도, 어떠한 일도 내 문제 때문에 잘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내가 그만큼 중심이 약한 사람이고 사람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소박한 삶’에 대한 괴리를 좁힐 수 없어서 하자센터라는 공간이 처음과는 달리 너무나 불편하게 다가왔다. 길게 보고 무언가를 끈기있게 할 수 있는 에너지도 바닥났다.

     

     ▲함께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나 빼고 나머지 애들은 열심히 뭐라도 하는 거 같아서 속으로 저 생각만 가득했다.(사진출처: 페이스북 그룹 ‘짤 집단 농장’ https://www.facebook.com/groups/308220109355754/)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홍대에서 나름 친하게 지내는 형에게 연락이 왔다. 생각해보니 얼굴을 한동안 못 봤고 안 그래도 수중에 돈이 있으면 홍대에서 미친듯이 놀고 싶었지만 현실은 일요일 아침에 하자센터로 나와서 글을 쓰는 신세였다. 그 때가 한참 졸릴 시간이었던 오후였고 잠깐 전화도 받을겸 흡연실에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나나 형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서 딱히 자세히 물어볼 게 없었다. 이건 내 입장의 이야기였고, 형은 나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질문이 참 많았다. 재밌는 수다쟁이라서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히 이야기 해줬다. 내가 하자센터에서 연금술사프로젝트에 있다는 이야기만 대충 주변 사람들에게 했을 뿐이었고 정확히 어떤걸 배우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휘아야 그럼 너 요즘 수입은 있냐?”

    “아니 없지. 존나 그지 발싸개됐다. 형은 그 일 아직하지? 정기적으로 돈 들어오는 곳이 최곤데 난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 이러다 망해서 변사채 될 거 같다. 아하하하하하”

    “야 너는 말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하냐. 변사채라니. 너 그렇게 먹고 살기 힘들어?”

    “언제 뭐 안 힘들었간.”

     

    대화가 오고 간 뒤에 형은 나더러 혹시 돈을 벌어볼 생각이 없냐고 했다. 나는 있기는 했지만 당장에 연금술사를 때려칠 생각은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는 상태라고 하면서 그냥 다음에 연락하겠다고 하려는 찰나에 혹시 저녁에 시간이 되면 밥이라도 한 끼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고 했다. 평소에 밥을 사줬던 적이 없었는데 이 형이 돈을 좀 벌긴 버나 하면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본다 생각하고 가겠다 라고 말했다. 나도 늦은 오후에 딱히 할 일이 없으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난 정말 가벼운 마음이었다.

     

    교대 근처 정장 입은 사람들

     

    형이랑 약속한 장소로 갔다. 교대역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 한 잔씩 먹으며 전화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쭉 했다. 누구는 어떻게 지내고, 누구는 요즘 안 보인다 등등의 잡다한 소리들. 그 이야기들은 아주 잠깐이었고 나에게 본론으로 이야기 할거고 누구에게 막 말하고 다니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일단 밥을 먹고 다시 이야기 하자면서 밥집으로 향했다. 밥을 먹는 동안에는 ‘그 일’에 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난 다음에 형이 자세하게 이야기나 한 번 들어보고 가라면서 나를 이끈곳은 꽤나 큰 빌딩이었다.

     
                                                           ▲정확히 이 건물이다. 웰XXX라는 회사가 내부에 있다.
                                             (사진 출처: http://yutongdaily.com/sub_read.html?uid=415&section=sc3 )
     

    여기에 사무실이 있다고 해서 별 의심 없이 들어갔다. 난 그 때 까지만 하더라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유난히 그 빌딩 앞에 있던 청년들은 하나같이 일요일인데도 정장을 입고 분주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 대화 내용은 대충 업무에 관한 거였는데 열심히 열변을 토했다. 그걸 뒤로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내가 휴대전화 영업을 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진짜 젊은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있었고 각자 어떤 설명들을 하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실적판과 현수막이 걸려져 있었다. 이달의 판매왕 같은 건 휴대전화 팔 때도 있던거라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삼삼오오 앉아있는 사람들. 목이 쉬었어도 계속 떠드는 사람들, 열심히 듣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양반들 참 열심히 산다는 생각을 했다.

     

    정신없었는데 형은 대뜸 “여기 애들 다 잘생기고 예뻐.” 라고 하면서 농담을 했다. 근데, 없는 소린 아니었다. 형은 앞으로 어떤 사람이 일에 대해 이야기 해줄건대 이야기가 다 끝나면 술이라도 한 잔 하자면서 다른 곳으로 갔다. 그렇게 하필이면 잘생긴 양반이 “차 드릴까요? 어떤거 드시겠어요?” 라고 상냥하게 묻는 바람에 주변을 제대로 살피질 못했다. 차가운 녹차 한 잔 마시면서 기다리니까 나에게 차를 건네줬던 사람보다 훨씬 잘생기고 키도 큰 사람이 이면지 뭉치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이 사람아, 목소리까지 좋으면 어쩌냐 하면서 내용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설명을 듣고 난 다음에 “이젠 술을 먹으러 가냐?” 라고 다른 곳에 있었던 형에게 물어보니까 이게 한 번 들어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더 이야기를 들으란다. 그렇게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성이 또 내 앞에 앉았다. “이게 진짜 한 번 들어서는 이해하시기 힘드시겠지만 고급정보에다가 저희도 아무나 붙잡고 이렇게 이야기 하지 않아요. 제가 특별히 XX씨 소개로 오셨다니까 설명 드리는거고요. 지금부턴 제가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해드릴게요.” 라고 하면서 다시 이면지 연습장에 자기네 회사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에 나에게 설명해주던 사람도 그렇고 이 두 번째 사람도 그렇고 계속 강조하는 말들이 있었다.

    “휘아씨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진짜 불법 다단계면 어떻게 법원과 경찰서 근처인 이곳에서 이렇게 있겠어요.”

     

    내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을 때 마다 이런 소릴 했다. 우리는 네트워크마케팅 회사이며 여러가지 통계와 자료, 신문기사를 보여줬고 회사의 자산 규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런 마케팅은 실제로 다른 국가에서도 많이 하고있고 암웨이가 그 대표적인 모델이긴 하지만 문제점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단점을 보완해서 판매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서로 이익이 되는 걸 추구한단다. 말만 들으면 그럴싸하겠지만 점점 의심이 들 때 마다 그는 나더러 어디에서 살고 현재 수입이 얼마냐고 자꾸 물어봤다. 사는 동네를 이야기 하진 않았지만 지금 어떤 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고 현재 수입은 거의 없는 걸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의 눈엔 내가 참 절망적인 사람으로 보였는지 더더욱이 돈 이야기를 계속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았다. “그래. 나 돈 필요하잖아. 그런데 내 능력으로는 한 달에 150만원 만지기도 힘든데...”

     

    “얼마 벌고 싶으세요? 그거에 맞춰서 설명 해드릴게요.”

    “많이는 필요없고 진짜 150~200만원이요.”

    아, 그러세요? 진짜 소박하시네. 좋습니다. 그는 불붙은 사람마냥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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