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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한 여성들이 함께 자매나무를 심는다면...
    이프 / 2010-11-15 02: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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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엄(왼쪽)과 현경(오른쪽)


    G20 정상회의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성찰하며 성장과 번영, 부(wealth)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자 하는 세계종교인들의 모임(지구촌 평화를 위한 G20 세계종교지도자회의)이 지난 주 서울에서 열렸다.(11월 10-12) 모임의 주제는 ‘더 균형 잡히고 지속가능한 세계공동체를 위해 번영을 새롭게 그려보기Re-Envisioning Prosperity for a More Balanced and Sustainable World Community'다.



    이 모임을 주최한 단체는 세계여성평화모임(GPIW, The Global Peace Initiative Of Women). 2002년 설립된 단체로 모든 종교들에서 여성적 신성(divine feminine)을 드러내기, 모든 종교들의 공존과 통합, 종교 분야에서 여성 리더십 강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동안 유엔 등과 손을 잡고 세계 곳곳의 갈등과 분쟁의 현장에 치유와 대화, 화해의 영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일들을 해 왔다. 대표적인 사업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여성들 간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두 나라 간의 평화적인 대화를 유도해 보려는 것. 이들의 노력으로 2004년 말 요르단에서 240명이 넘는 양측 여성들이 모인 큰 회의가 열릴 수 있었고 이 네트워크는 지금까지도 계속 활동 중이다.



    이 모임을 만든 후 이끌어가고 있는 이는 데나 메리엄Dena Merriam. 콜롬비아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 세계종교연구 센터 위원 등으로 종교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매우 부유한 집안 출생으로 자신의 부를 종교의 힘을 통한 세계평화를 위해 쓰고 있으며 며느리가 한국여성이라 한국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고 한다. 데나 메리엄과 지난 주 G20 종교인 모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신학자 현경 교수(미국 유니온 신학대)의 대담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진정한 부란 무엇인가



    현경: 선생님을 보면 정말 진정한 부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웃음). 먼저 세계여성평화모임(GPIW)에 대해 간단히 말해주세요.



    메리엄: 2000년 유엔에서 밀레니엄 세계평화 종교지도자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내가 거기에 관여하게 됐어요. 그래서 각 종교지도자들을 만나게 됐는데 도대체 여자들이 보이질 않는 거예요. 거의 다 남자 종교지도자들이었는데 이들의 행태는 또 얼마나 경쟁적인지...서로 자기들이 최고로 보이려고 하고....그래서 여자 종교지도자들이 따로 모임을 갖자고 해 2002년 제네바에서 모임이 열렸고 그게 GPIW의 시발점이 된 거지요. 이 모임을 갖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어요. 종교에 미국 페미니즘을 끌어들이지 마라, 화난 여자들을 불러 모으는 것 아니냐 등등 남자들이 얼마나 말들이 많았는지....우리가 화가 나서 이러는 게 아니다, 우리는 다만 돕고 싶을 뿐이다, 세상에 봉사하기 위해서, 일을 하기 위해서...이런 말들을 하며 설득을 해야 했어요.(웃음)



    현경: 맞아요. 나도 남자들이 주도하는 모임에 가면 결국 깨닫는 게 아, 저 남자들은 결국 자기 이해관계가 제일 중요하구나, 자기 지위, 명성 이런 것들...그런데 선생님이 이끄는 GPIW와 함께 일하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껴요. 자기를 드러내려는 게 아니라 정말 일 자체가 중요하게 취급되고,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관심을 두고...그래서 내가 감동을 느끼는 것 같아요.



    동등한 대우 요구를 넘어 이제는 남성적 신성을 바꾸는 것으로



     메리엄: 그때 제네바에서 한 남자 종교지도자가 했던 말이 내게 큰 인상을 남겼는데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죠. ‘여자들이 그룹으로 모여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요?’ 여자들을 정말 우습게 본 거죠. 그런데 우린 해냈어요. 돈도 없었는데...유엔 기금에서도 별로 지원을 받지 못했어요. 2000년 회의에는 그렇게 많은 돈을 쓴 그 기금이 여자들이 모이는 거라고 하니 우선순위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우리 스스로 여성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펀드 레이징을 해 돈을 모았고 마침내 회의를 성사시킬 수 있었어요. 세계 70개 나라에서 여성 종교지도자들이 여성 기업인들의 후원으로 모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또 하나 장벽이 있었어요. 우리가 일을 시작하자 그들은 우리를 ‘여성’이라는 분야에 한정시키려 했어요. 소위 ‘여성 이슈’만 다루라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의 활동을 그렇게 제한하지 말라, 여성 종교인들을 위한 일자리 운동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종교간(interfaith) 활동을 통해 세계평화를 증진시키는 일을 남성들과 함께, 그러나 여성의 비전과 지도력으로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다녔지요.



    현경: 정말 힘드셨겠어요. 



    메리엄: 정말 종교계는 남자들에게 남은 최후의 보루예요. 여자들의 진출이 가장 부진한 곳이지요. 그런데 이 점에서 한국은 좀 예외예요. 한국불교에서 여승들의 힘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제는 언어장벽 때문에 그들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거지요. 이들의 존재가 세계적으로 많이 부각돼야 해요.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인데 그럼으로써 남성적인 신성이 바뀌어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종교계에서 여자들의 활동은 이제 단순히 여성지도자들도 동등하게 대우해 달라는 차원을 넘어 신성의 개념을 바꾸는 것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현재 남성적 신성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남성적 신성과 여성적 신성이 공존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어요. 도대체 왜 여성적 신성이 중요하냐고. 내게 이건 아주 본질적인 문제인데 여성들이 궁극적인 것에 대한 개념을 남성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 현실을 보세요. 그런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  만약 이런 상황이 바뀌면, 우리가 신성의 여성적 측면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그 여성적 신성의 반영이 되는 것이지요. 다행인 것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나는 그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분명히 보고 있어요.



    여성이 평화운동에 더 적임자



    현경: 이제 여성과 평화에 대해 한번 얘기해 볼까요? 여성이 하는 평화운동은 남성이 하는 그것과 다른가 

    요? 그래서 여성이 평화운동에 더 적임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메리엄: 내 경험에 의하면 두 가지 점을 얘기할 수 있어요. 하나는 여성들이 더 많이 미래를 생각하고 걱정한다는 겁니다. 자기 아이들, 손자들, 젊은 세대의 앞으로의 삶에 예민하게 반응하지요. 남자들하고 있으면 그런 얘기는 잘 나오지 않는데 말이지요. 다른 하나는 여자들이 더 잘 들어주는 사람(good listener)이라는 것이지요. 종교간 대화에서도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여자들을 고정관념화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래요.



    현경: 전세계를 다니면서 마치 영적 노마드(spiritual nomad)처럼 일하고 계신데요. 하시는 일에 대해 얘기 좀 해주시죠.



    메리엄: 우리는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들입니다.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있는 곳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들, 단체들을 함께 모아 참가자들이 영감을 얻도록, 또 서로 필요한 것을 얻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끊임없이 움직일 수 밖에 없어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중요한 국제적 모임들이 있는 곳....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사람들의 의식을 고양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지요.



    현경: 네. 사람들의 의식을 고양시켜 세상을 다른 차원으로 바꿔나가는 것, 그러기 위해 모임도 계속 확대시키는 것....



    메리엄: 어제 우리가 DMZ를 방문했잖아요?(이들은 11월 10일 DMZ를 방문해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가졌다-편집자 주) 세계 종교지도자들이 모여서 긴장의 현장을 보고 그런 상황의 개선에 대해 함께 고민한 거예요.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어요? 다음에는 북한 쪽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그러면서 우리의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긴 거지요. 이런 식으로 우리 활동이 계속 번져나가는 거예요.



    “나는 모든 종교에 다 속해 있어요”



    현경: 이제 얘기를 좀 바꿔보죠. 선생님은 아주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패리스 힐튼처럼 살 수도 있었는데(웃음) 왜 지금같은 삶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메리엄: 나는 거의 40년 동안 명상수련을 해오고 있어요. 그를 통해 의식이 변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어요. 나는 한번도 내 인생이 결혼을 통해 행복해지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웃음) 젊어서 결혼을 하고 이혼도 하고 아이도 둘 가졌지만...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나는 내가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가난한 사람들에게 밥을 주는 그런 봉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을 높이는 것이었어요. 왜냐하면 행복은 영적 각성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요.
     

     

     

    현경:선생님은 어떤 종교적 환경에서 자라났나요?


     

    메리엄: 나는 세속적인 유태인 가정에서 자라났어요. 매우 세속적인....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영적인 갈망이 강해서 꼬마일 때는 가톨릭 수녀가 되고 싶었지요. 그러다 10대때는 사회주의자가 됐고. 그리곤 민권운동, 평화운동에 뛰어들었고...19살 되던 때 한 요기의 자서전을 읽고는 또 요가의 세계에 빠졌어요. 요가수련을 많이 했고 지금도 내 수행의 중심입니다. 불교도 좋아하는데 무엇보다 교조적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불교쪽과 연관된 일을 많이 하고 관심이 깊어 나를 불교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현경 당신처럼 나도 여러 종교에 걸쳐 있지요.(웃음) 모든 종교들과 함께 일하고요.



    현경: 나는 기독교 불교 둘에서 시작해 이제는 모든 종교, 모든 것들에 다 속해 있는 것 같아요. 옴니 소속자(omnibelonger)라고나 할까...(웃음)



    메리엄: 나도 그래요. 나도 모든 종교에 다 속해 있어요.



    현경: <이프>가 여신영성 운동에 관심이 큰데 여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세요?


     

     

     

    메리엄: 내가 꼬마일 때 수녀가 되고 싶었던 건 성모 마리아에게 깊이 끌렸기 때문이었어요. 요가를 통해 힌두교를 알았는데 내 요가 스승의 책에서 처음으로 ‘성스런 어머니’(divine mother)라는 말을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그 후엔 힌두교의 여신들을 알게 되면서 락슈미, 두르가 같은 여신들에게 끌렸습니다. 최근에는 내가 일종의 투쟁상태를 겪으면서 타라 여신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는 녹색 타라, 다음에는 하얀 타라...타라는 굉장히 강력한 여신이죠. 나는 DMZ에서 타라를 느꼈어요. 타라는 부정적 에너지를 물리치는 힘을 갖고 있어요.

    기독교나 유대교 이슬람교 등에서는 여성적 신성의 에너지가 억눌려 있지만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그렇지 않지요. 그 점이 정말 소중하고 앞으로 모든 종교들에서 여성적 신성이 점점 더 드러나리라고 봅니다.



    타라 여신을 모델로



    현경: 선생님의 며느리가 한국인인데 처음에 어떤 느낌이었나요?



    메리엄: 나는 원래 아시아 사람들에게 친밀한 감정을 갖고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우리 아이들도 아주 글로벌한 환경에서 키웠구요. 며느리가 아들을 낳아 한국혈통을 가진 손자를 두게 됐는데 얘가 가끔 한국어로 말할 때가 있어요(웃음)



    현경: 며느리 소개 좀 해주세요.



    메리엄: 신경과학자예요. 우리 아들도 그렇고. 며느리는 서울에서 자랐고 미국에 유학 와 박사학위를 땄지요. 둘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만났구요. 며느리는 아시아 여성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오느라 정말 힘들게 많은 투쟁을 해야 했는데 우리 아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했어요. 아이를 보는 데도 열심이구요. 며느리가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서 일할 때면 보모가 떠난 뒤 자기가 아이를 돌보지요. 정말 아름다운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어 나도 놀라요. 한번은 아들에게 며느리가 좀 일찍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다시는 그런 말 말라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아내의 일을 지지해주는 거지요. 그때 정말 세상이 달라졌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현경: 아드님이 여성성이 잘 개발된 멋진 남자인 것같네요..(웃음)



    메리엄: 여성성은 남자들도 필요한 훌륭한 덕목인데 그걸 어떻게 발현시킬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고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성성을 발현한다는 게 여자같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여자들도 내 안의 여성성과 남성성을 함께 만나야 하는데 그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죠. 흔히 성공적인 여성들에게서 여성성이 상실돼 남자같은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 참 안타까워요...내 경우에 모델은 타라예요.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부드럽고 아름다우면서도 악에 직면해서는 가차없이 처단하는....



    현경: 한국은 아직도 분단돼 있는, 그래서 평화의 가치가 더욱 소중한 나라인데요. 한국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메리엄: 나는 한국여성들이 기여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내 며느리를 봐도 알 수 있듯 한국여성들은 매우 독립적이고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여요. 영성에서도 그렇구요. 나는 한국여성들이 종교간의 대화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경: 맞아요. 내게는 꿈이 하나 있는데 남북한 여성들이 함께 북한에 나무를 심는 거지요. 자매나무(sister tree)라고 할까...정치적인 모든 것들은 다 배제하고 그냥 서로 만나 나무를 심고 평화를 위해, 남북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메리엄: 북한에 있는 어떤 신성한 산을 택해서 하면 좋겠네요.



    현경: 그럼 백두산이 어떨까...백두산에서 나무를 심고, 특정 종교를 택하지 않고 그냥 우리 조상들에게, 산신령에게 기도를 올린다면 말이지요. 이런 일이라면 성사도 어렵지 않고 의미도 깊지 않나요?



    메리엄: 우리가 도울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주최하는 게 더 쉬울 수 있으니까.



    현경: 그러면 좋겠네요. 여하튼 오늘 대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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