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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거기 여자가 있다
    최고관리자 / 2018-02-02 09:42:38
  • 사실 이 시를 처음 쓴 때는 90년대 중반이다

    지금은 연도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여성문화예술기획의 사단법인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읽기 위해 쓰여진 시였다

    그러니 쓰여진지 4반세기가 넘은 시인 셈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필자모임에서 오랜만에 다시 이 시를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당일날 이 시를 읽었는데 이상스럽게도 읽는 나도 울고 듣는 사람들도 울고 우리는 모두 함께 울었다

    그래서일까? 서울과 부산에서의 근본없는 페미니즘북토크쇼에서도 이 시를 읽게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시간은 언제나 새벽이라는 점이다

    온라인이프의 혹은 이프북스가 펼쳐낼 책들의 독자이거나 예비 독자인

    여러분들을 위하여 졸시 거기 여자가 있다를 소개한다.


    거기 여자가 있다

     

    어둠의 심연 속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떠도는

    이름없는 별들이었다.

     

    아득히 먼 망명지를

    방랑하는

    무국적자처럼

     

    자취도 없이

    바람처럼

    헤매 다니는

    가위눌린 식민의 나날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나라는 어디인가?

    우리의 역사는 어디에 기록되었는가?

    우리의 어머니들은 어디로 갔는가?

     

    죽음처럼 깊은

    , , 잠 속에

    우리는

    갇혀 있었다.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언제인가?

     

    어둠 저 편에서

    알 수 없는 소리로

    아우성치며

     

    죽은 여자들이

    무덤을 파헤치고

    살아 나오기 시작했다.

     

    반란을 꿈꾸는

    여자들이

    피흘리는 손으로

    되찾을 어머니의 나라를 위하여

    귓속말로 속삭이며

    긴 여정을 시작했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아픈 다리를 끌며

    형형한 눈빛을 하고

    오다가 쓰러져도

    또 다시 일어나며

    멀리 멀리서

    허위 허위

    끝없이 달려 왔다.

     

    그리고

    우리의 몸

    저 깊은 속에서

    조금씩 무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매여

    외로울 때면

    거울을 보라

    거기 내가

    그대가

    여자가 있다.

     

    그리움으로

    온 몸이 타오를 때는

    자매여

    거울 저 너머 영원으로

    손을 내밀어 보라!

     

    거기

    어머니가

    딸들이

    자매들이

    여자들이 있다.

     

    빛나는 눈으로

    불을 토하고

    하늘을 가르며

    무수한 여자들이

    우주를 넘나들며

    아름답고 찬란한 불꽃으로

    타오른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서로의 몸 속

    깊이 깊이 묻혀 있는

    불씨를 찾아내

    생명을 잉태하고

    창조하는 어머니처럼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며

    아기를 탄생시키는 산파처럼

    우리는

    부활의 텃밭이 되어

    우리의 살갗 아래

    영겁의 세월동안

    숨겨져 있는

    수많은 여자들을

    되살려 낼 것이다.

     

    우리는

    생명이고 죽음이며

    물이고 불이며

    집이고 우주이다.

    여성은

    모든 것이다.

     

    자매여

    우리 모두 망명지에서

    손에 손을 잡고

    어머니의 나라로 돌아갈

    축제의 그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자매여

    갈 길이 멀다

    새벽이 밝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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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덧글(3)

  • hjh1984 [2018-02-03]
  • 2013년 10월호 『월간조선』에 실린 「‘남성해방’을 위한 제언(提言)」에서 지적했듯이, 흔히 ‘가부장제’라는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 아래서 남녀가 감수해야 했던 성적(性的) 억압은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것입니다. 위의 시(時)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성의 입장에서는 정치나 외적(外的)인 경제활동 등을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을 여성억압이라 부를 수 있겠지요.
  • hjh1984 [2018-02-03]
  • 하지만 이는 돌봄 노동(care work)이나 내조(內助) 등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권리, 나아가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사회문화 기제를 통해 자신보다 강하고 유능한 배우자를 만나 생활과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남성에게 주어지지 않은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요컨대 남성억압과 여성억압은 긴밀한 상호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남성이 ‘아버지(또는 남편)’으로서 누린 혜택과 여성이 ‘어머니(또는 아내)’로서 누린 혜택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요. 「‘남성해방’을 위한 제언」에서 지적했듯이, 전통적인 남녀관계는 기본적으로 남녀 모두의 필요와 욕망이 반영된 쌍무적인 성격의 상호관계였기 때문입니다.
  • hjh1984 [2018-02-03]
  • 즉 김정현 작가의 소설 『아버지』, 조창인 작가의 소설 『가시고기』와 같은 문학작품 속에 드러나는 ‘아버지’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해서 그동안 ‘아버지’로서 남성들이 누린 혜택을 외면하면 안 되듯이, 위와 같은 시를 읽으면서도 그동안 ‘어머니’로서 여성들이 누린 혜택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름발이 페미니즘’에 사로잡혀 여성억압에만 초점을 맞추며 사람들을 선동하려 드는 위의 시를 읽으면서 글쓴이이신 유숙열 선생님과 듣는 이들이 모두 울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숙열 선생님과 함께 눈물을 흘린 이들이야말로 몇 년 전 가수 브로(Bro)의 노래 〈그런 남자〉를 들으며 마냥 열광했던 남성 네티즌들과 다를 바 없는 이들이라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남녀 중 어느 쪽 성(性)을 역성드는지의 여부만 다를 뿐, 똑같이 소모적인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주범들이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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