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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님께
    한지환 / 2010-06-02 11:58:06
  •  

      안녕하십니까. 01님. 한지환입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워낙 다양한 주장을 전개하셨으니 저도 글을 나누어 저의 생각을 피력해야 할 것 같군요.

     

      1. “외모가 별로인 여자에 대한 비하는 방송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당연시되어 왔다”고 말씀하셨는데, 저 역시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만을 바라본 편파적인 지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남자답지 못한 왜소한 체구를 가진 남성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결혼시장에서조차 소외되어온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성성 또는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 남녀 구성원들이 비하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양성평등이 보편적인 이념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을 조장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여러 여성단체나 언론들이 공개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을 가하는 데에 반해,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을 갖추지 못한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여론이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남녀 구성원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뿌리 내린 성적(性的) 스테레오타입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비판이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비판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절름발이 페미니즘’에 근거한 이러한 이중 잣대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2. “여성들은 남성의 외모에 대해 다양한 취향과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우리 사회의 겉모습만을 바라본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지적입니다. 조지 모스(George Mosse) 박사의 지적처럼, ‘꽃미남 열풍’을 비롯해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양성(兩性)적인 이미지는 “시대의 부분적인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카스파 마제(Kaspar Maase) 박사 역시 ‘느긋함’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의 남성성을 다룬 논문에서 “느긋한 청소년 역시 자기 자신이 진정한 남자임을 증명하도록 강요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꽃미남 열풍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들 중 대다수는 여전히 남자다운 외모의 구성요소를 상당히 갖춘 이들이며, 특히 ‘훤칠한 키’는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강한 근육으로 대표되는 남자다운 외모에 대한 여성들의 동경은 예나 지금이나 시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은 사라진 데에 반해,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귀하의 주장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왜곡한 주장일 것입니다.

      덧붙여서, 외모의 범주를 벗어나 성격, 태도, 행동과 같은 일상 속에서의 남성다움 전체로 시야를 넓힐 경우, 귀하께서 말씀하신 꽃미남 열풍 같은 것은 말 그대로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과 마찬가지로,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 역시 여전히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3. 일단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키나 몸매를 비롯한 모든 신체적인 요소를 ‘외모’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릴 경우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남자다움을 평가함에 있어 ‘경제적 능력’이 ‘외모’보다 더욱 중요한 평가기준이라는 것은 맞는 말씀이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남자다운 외모를 구성하는 일련의 요소들이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이 형성되는 데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을 조장한 이도경씨에 대한 분노가 ‘루저 논란’이 불거진 유일한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귀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여성이 남성의 외모를 지적했다는 사실 자체에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낀 이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들의 구태의연한 사고를 덤덤하게 드러낸 나머지 출연진들과 달리, ‘루저’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 남성들을 폄하했다는 사실이 이도경씨가 집중적인 비난을 받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도경씨의 발언 속에 숨겨진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을 간과할 경우, ‘루저 논란’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남성의 키에 대한 집착은 사회ㆍ문화적 구조로부터 야기된 남성 억압의 중요한 사례였으며, 이도경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별 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4. 남녀 모두가 남성성 또는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그러한 스테레오타입, 나아가 거기에 사로잡힌 이들의 구태의연한 성별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구태의연한 성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다른 성(性)에게 성적 스테레오타입을 요구하는 이들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없이 이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그렇다면 여태껏 여성 비하적인 발언을 했던 사람들도 모두 이도경씨처럼 난도질을 당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동안 여성주의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일 중 하나가 바로 그것 아닙니까? 실제로 최시중 위원장의 경우처럼 공적(公的)인 자리에서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을 조장하는 발언을 내뱉은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여성단체의 조직적인 공격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여성단체의 이러한 움직임에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데, 설마 귀하께서는 여성단체의 이러한 움직임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실 생각이신가요?

     

      5. 저도 이도경씨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가 과격하고 비뚤어진 방식으로 표출되었다는 데에는 동의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분노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그들의 태도를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난의 정도와 관련된 문제일 뿐, 이도경씨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구태의연한 성별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도경씨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섣불리 이야기한 오찬호 선생님의 태도는, 젠더(Gender) 문제를 다루는 언론인으로서 부적절한 태도라는 것이 제가 지적하려는 핵심입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여성단체가 없었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했느냐”고 물으셨는데, 제가「한국 여성에게 고하는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체력과 근력이 생산력 및 전투력과 직결되었던 전근대사회에서는 남녀에게 서로 다른 권리와 의무가 요구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전근대사회에서는 남녀 모두 성적 스테레오타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고, 그러한 스테레오타입에 어긋날 경우 자기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지요.

      문제는 후기 산업사회가 시작된 이래로 더 이상 그러한 스테레오타입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로 인해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불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지진부진하다는 것입니다. 남성운동가들이 그 동안 진행된 여성해방운동을 남성의 입장을 외면한 ‘절름발이’라고 지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루저 논란’ 당시 회자된 발언들 가운데 남성의 경제적 책임과 관련된 발언이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도경씨의 발언에만 유독 비난이 집중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씁쓸하게 생각합니다. 단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남성의 키에 대한 이도경씨의 발언 역시 남성의 경제적 책임을 운운한 나머지 출연진들의 발언 못지않게 구태의연하고 성차별적인 발언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신 오찬호 선생님의 문제점을 지적하려 했던 것이고 말입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해 보다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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