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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찬호 선생님께 (4)
    한지환 / 2010-06-14 11: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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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오찬호 선생님. 한지환입니다.

      올려주신 글「루저녀? 그녀에게 돌을 던지라고?」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쓰신 글의 내용들 가운데 대부분은 그동안 <레터를 읽고> 게시판에 올린 글들에서 이미 언급한 내용들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니 글을 세 부분 정도 나누어 답변을 해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 우선 사회ㆍ문화적 구조가 여성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으며 남성 역시 이에 일조했다는 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회ㆍ문화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비단 여성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남성 역시 ‘사회와 여성의 요구’에 따라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오늘날 많은 이들이 남성성 혹은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을 비판하지만, 체력과 근력이 생산력 및 전투력과 직결되었던 전근대사회에서는 성적(性的) 스테레오타입에 따른 역할 분담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전근대사회에서 남녀에게 똑같은 역할을 맡겼다면, 그것은 생산성의 저하나 패전(敗戰) 등으로 이어져 사회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근대사회에서는 남녀 어느 누구도 사회ㆍ문화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없었으며, 성적 스테레오타입에 자신을 맞추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남성 역시 여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만들어져왔으며, 그러한 남성성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매긴 우선순위가 대단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여러 남성사(男性史) 및 여성사(女性史) 전문가들과 문화인류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여성은 남성과 관련하여 규정되고 구별되지만, 남성은 여성과 관련하여 규정되지 않는다”는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주장에 대해, 최근 많은 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토마스 퀴네(Thomas Kuhne) 박사 등의 논문이 실린 공동저서『남성의 역사』(도서출판 솔, 2001)와 저명한 남성사 전문가인 조지 모스(George Mosse) 박사의 저작들을 참고해주십시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스테레오타입을 더 이상 고수할 필요가 없는 후기 산업사회에서도, 여전히 남녀 모두가 상대방에게 시대착오적인 스테레오타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사회가 여성을 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이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을 고수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런 주장은 오늘날 결혼시장의 동향을 생각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사회ㆍ경제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사회ㆍ문화적으로도 새로운 역할과 정체성을 부여받은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흔히 ‘Gold Miss’라 불리는) 역시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 등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에 따라 배우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여권(女權)이 상대적으로 신장된 서구의 여러 나라들의 상황도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쓴「한국 여성에게 고하는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그동안 남성이 사회와 여성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만들어져온 이른바 “문화적 산물”이라는 사실, 그리고 사회ㆍ경제적 혹은 사회ㆍ문화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 놓여있는 소수의 여성들조차 남성성의 스테레오타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게 됩니다. 최근 서구에서 여성학(女性學, Women's Studies)과 남성학(男性學, Men's Studies)이 성학(性學, Gender Studies)으로 통합되어 가는 현실의 이면에는 페미니즘이 지금껏 고수해온 기본전제에 대한 성학자들의 회의가 숨겨져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2. 남성은 옷차림이나 여성다운 외모 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데에 반해,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셨는데, 저 역시 그 지적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른 성(性)에게 요구되는 성적 스테레오타입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것은 비단 남성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남성이 여성성의 굴레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 역시 남성성의 굴레, 즉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 남성다운 외모와 행동 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여전히 여성은 결혼시장에서 남성과 똑같은 수준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요구받지 않고 있으며, 흔히 기사도(騎士道)나 신사도(紳士道)로 대표되는 남성다운 매너와 행동에 얽매이지 않음은 물론, 남성다운 외모의 절대적인 구성요소인 신장(身長)으로부터도 남성에 비해 자유로운 것이 현실이지요. 남녀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강요한 전통적인 성별 이원체계의 속성을 생각할 때 이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어느 한쪽만을 지적하는 것은 편파적인 처사이겠지요. 제가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과 그 개선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았는데, 굳이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3. 01님께 드린 글과 그 하단의 댓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루저 논란’ 당시 이도경씨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가 무분별한 여론재판으로 이어진 것은 저로서도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구태의연한 성별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도경씨에 대해 선생님 같은 언론인들조차 제대로 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양성평등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니네트워크가 매년 선정하는 <꿰매고 싶은 입>이 ‘루저 논란’만큼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셨는데, 이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지적이라 생각됩니다. 매스큘리즘(Masculism)과 달리 확고한 사회이념으로 자리 잡은 페미니즘(Feminism)으로 무장한 여성단체의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 권위와 파급력을 갖춘 여론입니다. 선생님께서도 최시중 위원장이 자신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사과한 이유가, 정말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쳤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최시중 위원장이 공개적인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성단체가 가지고 있는 여론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많은 여성단체가 변함없는 권위와 파급력을 가지고 최시중 위원장 같은 이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반면 대다수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그 심각성을 철저히 외면했던 ‘루저 논란’은 오늘날 한낱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으며, 당시 네티즌들의 행동(물론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은 여러 언론에 의해 마초(macho)나 훌리건의 난동 정도로 치부되어 버린 것이 현실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길을 가는 이들을 붙잡고 물어보았을 때, ‘루저 논란’의 이면에 숨어있는 구태의연한 성별 이데올로기와 그에 따른 남성 억압을 지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를 “비대칭적”이라고 표현할 경우, 장기적으로 볼 때 제대로 된 파급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스러져버린 것은 오히려 ‘루저 논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찬호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제가 쓴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셨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던 것인데, 보아하니 저의 글을 전혀 읽어보지 않으신 채 함부로 글을 쓰신 같아 기분이 조금 언짢습니다. 더군다나 2010년 5월 25일 쓰신 댓글에서 감정을 배제한 채 이성적인 대화를 나누자고 말씀하셨던 선생님께서 “밥맛”이라느니 “낯간지럽다”느니 하는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상대를 매도하시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결코 생산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고 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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