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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의 리뷰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
    최고관리자 / 2017-11-01 10:53:22
  • 나는 페미니즘을 공부한 적이 있는 남자입니다


    얼마 전 잘 아는 분으로부터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을 한번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고 약간은 망설이다가 읽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청년 시절에 기회가 있어 약간 그 이론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한국에도 1980년 대 이후 여성운동이 발흥하다가 근년에 들어와 퇴조하고 있다는 얘기만 접하고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이론 공부를 할 때에도 여성운동 내 갈래가 여럿이고 그 주장도 다양해, 양성 평등 또는 여성귄리 실현 같은 단순한 차원을 넘어 페미니즘의 본질과 그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지 아주 명료하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차에 작년 5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이 새로이 부상하고 있다기에 관심이 다시 좀 생겼다

    가끔 교보문고 사이트 같은 데 들어가 보면 페미니즘의 재부상과 함께 그 분야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제목부터 색다른 관심을 끌었다. 직설적으로 대한민국 페미니스트를 표방할 뿐더러 또 그들의 고백을 책으로 내고 있다니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이 털어놓는 고백은 어떤 것일까 적잖이 궁금했다

    고백은 이론과 달리 머리와 논리로 얘기하지 않고 심장과 감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까. 그래서 삶을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내니까.


    이 책은 모두 26명 대한민국 페미니스트들의 고백을 담고 있다

    1장부터 5장까지 각각 6, 5, 7, 5, 3명의 고백이 있는데, 프롤로그를 보니 아마도 각 장이 20, 30, 40, 50, 60대의 고백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26명의 고백은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다 똑같아 보이는데,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그 사정이 다르다처럼

    한국에서 페미니스트가 되고 그렇게 살아가는 동기와 이유가 제각기 다르게 흘러나오고 있다

    스토킹에 의한 피해의식, 성폭력의 직접 경험, 애인에 찍힌 몰카에서부터 압제적 가정생활, 의도적인 무자식 결혼생활, 운동권 내 여성운동, 지역 문화활동, 차별적 직장생활, 자신의 진정성 모색, 여성 주체적 성욕 추구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스트가 되고 그렇게 살아가는 내용이 26명 각각 정말 다르다. 페미니즘을 시작한 20-30대의 패기’, 30-40대의 페미니스트 연마’, 50-60대 페미니스트들의 원숙정도의 연령 별 변화 과정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기는 하다.


    가부장제의 다양하고 대책없는 횡포를 엿보았습니다

    이러한 제각기의 다른 경험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고백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한국 유교 사회의 대책없는 남성 위주 가부장제의 횡포인 것 같다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의 삶을 지배해 온 가부장적 문화와 제도가 여성 불행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여성 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그 독소를 뿜어내면서 여성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한 집안에서 여자로 태어나면서부터 남자 형제보다 천대받고, 학교와 사회에서는 여성스러움을 강요당하고, 직장에서는 남성에 밀리고 차별받기 일쑤이고, 결혼 후에도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복종과 헌신을 요구당한다

    그래서 이 책의 어떤 고백에는 새로 태어난 아이가 여자라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불평하는 얘기

    어떤 고백에는 스토킹을 당하면서도 혹시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 하고 고민하는 얘기

    어떤 고백에는 성폭력 희생자이면서도 감추고 숨어야 하는 얘기

    어떤 고백에는 아침저녁으로 남편 보약 챙기고 출장 가방 챙겨준다는 어느 마누라 얘기 듣고 죄의식 느끼는 얘기 등 가부장제에 의해 고통받는 한국 여성들의 삶이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로 태어나서 가부장제가 부여하는 특권을 누리면서 한국 여성들의 이런 불행을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이런 모든 고백을 완전히 제대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저 선험적으로 공감을 노력할 뿐. 그러나 이런 선험적 차원의 이해 노력만으로도 가부장제의 각종 폐해를 생각하다 보면 그것이 너무 과도해 한국 여자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마주 하고 살아 왔을까 하고 경외심마저 느낄 때가 있다

    아마도 우리 민족의 고유 정서라고 하는 의 한 큰 뿌리는 여기서 연유하지 싶다.


    그렇지만 정면돌파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여자들은 이런 가부장제 괴물에 대한 분노가 너무 커서 내면적 한으로 새기는 대신 용기를 내어 정면 돌파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 책의 고백 여성 26명은 바로 한국 사회 가부장제에 대하여 거인처럼 분노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조금씩이나 깨트려 보겠다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그 길이 적응하고 사는 길보다 훨씬 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수반할 수 있음에도

    이렇게 보면 이문열의 선택은 정말 왜곡되었다. 스스로 분노하고 주체적으로 도전하고 용기있게 깨부수려는 이 책의 26명 고백 여성들

    그리고 이 분들과 같은 길을 걸어간, 걸어가고 있는, 그리고 걸어갈 한국의 모든 여성에게 무한한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통쾌하고 막힌 속이 확 뚫렸던 한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을 되새기며 글을 맺는다

    어느 날 어떤 남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남편을 찾길래 “oo씨 아직 안 들어왔는데요.” 하니

    상대방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노기찬 음성으로 어디서 여자가 남자 이름을 함부로 불러?”라고 고함쳤다고 한다

    순간 말을 잃은 이 분은 눈앞이 하옜다가 1, 2초 사이에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럼 뭐라고 불러!!!”라고 10배 더 크게, 10배 더 크게 분노를 담아 소리지르고 수화기를 꽝 내려놓았다

    그러자 속이 좀 후련해졌다고 한다

    는 남의 이름 아래 써서 존경의 뜻을 나타낸다고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건만

    이 분의 분노 대답에 한 단어 더 붙였으면 속이 더 후련해졌을지 모르겠다

    요새 한국 여자배구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 선수 김연경의 전매특허인 식빵 굽기

    그럼 뭐라고 불러,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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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덧글(5)

  • hjh1984 [2017-11-02]
  • 페미니즘의 여러 노선들, 특히 급진적 페미니즘은 젠더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라는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 아래서의 전통적인 남녀관계에서 여성이 일방적인 억압을 받았다는 근거로 성폭력이나 스토킹 등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문명사(文明史)나 사상사(思想史)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냉정히 검토해보면, 소위 ‘가부장적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던 기독교, 이슬람교, 유교 등 고등 종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엄격히 금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대다수 문명사회에서 성폭력이나 스토킹 등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중죄(重罪) 적어도 비(非)윤리적인 행위로 간주됐고, 이는 심지어 대표적인 ‘가부장적 사회’인 로마 사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5년 봄호 『계간 시대정신』에 실린 「영화 〈말레피센트〉를 통해 본 한국사회 성(性)해방의 미래」에서 지적했듯이,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성폭력이나 스토킹이 발생하는 원인을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에서 찾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처사입니다.
  • hjh1984 [2017-11-02]
  • 즉 성폭력이나 스토킹 등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물리적, 물질적 힘을 가진 남성이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가 정한 금기(禁忌)를 무시한 채 저지르는 방종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전통사회에서 여성이 이런 금기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는 ‘잡년 행진(slut walk)’ 관계자들처럼 여성 개인이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에 어긋나게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의 아웃사이더(outsider)가 됐을 때뿐입니다. 오늘날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여성에 의한 성폭력이 증가한다고 해서 페미니즘이 남성에 대한 여성의 폭력을 정당화한 게 아니듯이,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정당화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지요.
  • hjh1984 [2017-11-02]
  • ‘절름발이 페미니즘’에 얽매이지 않는 시각에서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를 분석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두 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에 따라 남녀에게 각자 다른 형태로 강요된 부자유(不自由), 그리고 이런 부자유를 감수한 남녀에게 반대급부로서 주어지는 전통적인 권리이지요. 페미니스트들은 대다수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의 보약과 출장 가방을 챙겨야 하는 등 가사(家事) 노동에 얽매여야 하는 현실을 일방적인 억압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2013년 10월호 『월간조선』에 실린 「‘남성해방’을 위한 제언(提言)」에서 지적했듯이, 전통적인 남녀관계는 기본적으로 쌍무적(雙務的)인 성격의 상호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hjh1984 [2017-11-02]
  • 즉 대다수 가정에서 아내가 1차적 가사 부담자로서 남편에게 제공해야 하는 돌봄 노동(care work)은, 1차적 가족 부양자로서 남편이 부담해야 하는 남성의 전통적인 책임과 쌍벽을 이룬다는 것이지요. 「‘남성해방’을 위한 제언」에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상세히 설명했듯이,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 및 능력 유무(有無)와 무관하게 대다수 여성들이 남고여저(男高女低)의 결혼을 고집하며 배우자에게 가족 부양의 1차적 책임을 지우려 드는 현실, 즉 대다수 여성들이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가 여성에게 허락한 이른바 ‘보호받을 권리’를 오롯이 누리는 현실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가사 노동에 대해서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너무도 편파적인 태도라는 것입니다. 대다수 남성들에게 요구되는 남성의 전통적인 책임을 근거로 남성의 처지가 ‘가노(家奴)’와 마찬가지라 목소리를 높였던 고(故) 성재기씨와 다를 바 없는 태도이지요.
  • hjh1984 [2017-11-02]
  • 냉정히 말해, 윗글의 글쓴이가 남성이라는 사실은 페미니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식민 통치에 협력한 친일파가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이 일제의 식민 통치를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페미니즘이 진정으로 대다수 남성들의 지지를 얻기를 바란다면, ‘절름발이 페미니즘’의 도그마(dogma)에 세뇌당한 몇몇 남성들을 앞세워 페미니즘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술수를 부릴 게 아니라, 그동안 페미니즘의 여러 노선들이 고수했던 도그마의 문제점을 냉정히 고찰한 뒤 이를 과감히 시정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소모적인 남녀갈등을 결코 해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날이 쇠락해가는 이곳 게시판도 되살아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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