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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회]여성성을 돌보지 못하는 오류
    이프 / 2013-03-11 11:54:29
  • -가믄장아기 여성5

     

    가믄장 여성들의 입장과 기질은 단호하고 완강하다. 부모, 남편, 자식, 주위의 반대, 회유나 방해, 무시에도 그러하다.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부모와 절연하며, 반대편에 서서 그녀를 우롱했던 언니들에게 가차 없이 보복을 했던 가믄장 여신처럼 그녀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를 단호하게 끊어버린다.

    이런 단호함의 원인은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겠지만, 너무나도 확고한 하나의 신념은 사람과 사물들의 중층적인 관계를 흑백논리의 단순함으로 풀어버리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과잉 가믄장아기 여성은 사소한 감정적 교환을 주고받는 일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가진다. 인내, 수용적인 태도, 섬세함, 동정심, 양보와 희생 등 전통적으로 여성의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단호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회의 전통이나, 표준적 가치가 되어 왔다는 것은 이미 권력을 획득한 것들이고, 여성차별과 배제를 위해 복무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다양함 속에서 가벼워졌고 가까워졌다.

     

    바지를 입고 안팎을 뛰어다니며 성취해낸 가믄장 여성의 페미니즘은 슈퍼우먼 콤플렉스와 자신에게 내재된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돌보지 못하는 오류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남성적인 가치만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여성성의 전복을 통해야만 가능했던, 적어도 적확한 선택의 과정이었다.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생산현장으로 나가 돈을 벌고, 거칠고 무서운 여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애쓰고, 맨땅에 헤딩하고 바늘귀를 통과하며 남성 이상의 성취를 이루어나갔던, 사내 같은 가믄장 여성들의 부단한 정진에 의해 전반적인 여성의 힘과 권리가 획득되어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나의 페미니즘> 도미니크 카도나 감독(출처/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나는 여성주의자인가, 아닌가…? 페미니즘 내부의 차이와 다양함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

     

    세상은 다양함 속에서 가벼워졌고 가까워졌다.

    나라를 구하지 않아도 위대한 발명을 하지 않고도, 영웅은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잘 살아온 꼰대들에 지겨워하고 예외적으로 살아온 삶의 영웅성이 회자된다. 젊은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 온 기성세대들의 한계에 메시지를 던지며 자신에게 정확히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즐거움을 찾으려 소비를 즐긴다. 연예인들은 가장 각광받는다. 무엇보다 돈과 외모가 자신을 만족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대의명분, 광장의 대오, 지휘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기호, 불규칙한 모임과 소통을 원한다.

    자신과의 관련성 여부에 따라 사회적인 문제, 갈등에 무관심하게 되기도 적극적이 되기도 한다.

     

     
    ▲<멋진 하루> 이윤기 감독(출처/씨네21 포토).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과는 어긋나게, 엉뚱하고 후줄근하게, 대책 없이 살아가는 병운(하정우)에게 멀쩡한 희수(전도연)가 발견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웅. 세상에 다시는 없는 순수함, 착함.

     

    인종차별이나 여성차별이란 개념들은 이제 개인 소양에 타격을 주는 부끄러운 일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 문제 역시도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억압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이 정도는 봉사와 원조, 배려를 베푸는 개개인의 풍요와 소양에 의해 지나갈만한 것이 되었다.

    여성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억압이 개인적으로 해결되려 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상상을 초월한 부패와 천박한 차별이 더욱 첨예하게 진행되는 구조 내에서, 적어도 교양 있게 사람들과 교제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일상들에 대한 선택을 하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와 소양을 가지는 여성만이 그런 범주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을, 해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변화된 세상은 가믄장 여성에게 감각적인 지각을 요구

     

    가믄장처럼 ‘다름’ 자체를 없애고, 남성과 차이가 없으니 차별도 받지 않는 여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은 이제는 그 ‘다름’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여성적 가치를 내세우는 쪽으로 바꿔졌다.

    개인성의 추구, 공동체와 공리의 약화는 여성성이라 불리는 것들을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로 요구하고 있다.

    여성적 또는 여성적 가치들을 운운하면서 세상에 유통되고 있는 것들이 결국은 지배적인 논리를 위해 복무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둔갑하는 것은 아닌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만 세상은, 여성적인 것을 가지고 남은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여성이어서 더욱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여성들에 의해 사실은 민주주의의 가치가 전달되고 확장되어 왔던 것인데도 여성들을 민주주의의 의미와 권리에서 제외시킴으로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막는 스스로의 모순에 빠져 있었으니 당연하다.

     

    변화된 세상은 가믄장 여성에게 감각적인 지각을 요구하고 있다.

    옳지 못한 일에 대해서 저항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주장할 수 있는 강함이 있고 왜곡된 것들을 고치기 위해 매진해가는 독자적인 능력이 있는 것, 그것은 분명 가믄장아기 여성들이 지닌 장점이고 명예다.

     

    혼자서도 너무나 잘 살 수 있고, 그녀가 열심히 해서 얻은 성과들은 결국은 남들에게까지 미치게 되겠지만 남과 나누며 같이 잘 사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신의 힘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 버린다는 것은 처리를 못하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지만 둘이 힘을 모아 처리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상대를 소외시키기도 하고 약화시켜 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상대의 힘을 기대한다는 느낌을 내보일 때 상대는 예상치도 못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으며, 그녀 또한 덜 힘들다. 둘 사이에는 기분 좋은 낭만성까지 보강될 수 있다. 부부란 가장 은밀하고 공개적인 관계이다. 부부가 친구처럼만 지낸다면 아쉬운 일이다.

    무시무시한 관습에 반기를 들었고, 호기심을 가지고 사물과 사람을 대했던 가믄장 여신의 피를 받은 가믄장 여성이라면 지금까지의 자신의 습관을 바꿔가야 한다.

     

    멋과 여유, 공존과 배려, 주변성, 감각, 유머, 다정다감...

     

    그녀는 이제 확고부동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차별 없는 사회라는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는, 궁극적으로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삶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기도 하다는 것을 그녀가 가지는 확고부동한 대의 사이사이에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물론 그녀의 부단하고 사심 없는 정진은 사회를 풍요롭게 하겠고 언젠가는 모두 감동을 받겠지만, 빨리 감동 받게 하는 것도, 매순간 감동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은 그녀가 선택한 확고부동한 가치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가지는 전문성, 보편성, 계획, 포드주의, 실용주의, 논리성, 단호함, 중심과 집중력, 논리와 의지, 경쟁과 실천은 넘쳐난다. 이제 다음과 같은 것들과 친해져야 한다. 비전공 영역에 대한 전공을 뛰어넘는 이해, 개별성, 우연, 다품종 소량생산, 낭만성, 일탈을 포함하는 뜻밖의 여정, 멋과 여유, 공존과 배려, 주변성, 감각, 유머, 다정다감….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애써왔던, 약자인 그녀는, 그들이 원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곧 자신과 상대에게 알맞게 소통하는 법을 체화하고 부단하게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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